끝이 안보이는 "한미FTA 끝장토론"
여, 조속한 처리 vs 야, 재검토 필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관련 2차 끝장토론회가 20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열렸다. 하지만 여당의 조속한 처리 요구와 야당 측의 좀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양측의 뚜렷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야당 측 인사들의 퇴장으로 파행을 겪은 지 3일 만에 재개된 이날 토론회에선 1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양측의 논리공방만 재연됐다.

찬성 측은 "개방으로 가야 한다"며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역설했지만, 반대 측은 협정 보류 또는 재검토를 주장했다.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시각차도 여전했다.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찬성 측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최석영 외교통상부 한미FTA 교섭대표, 황문연 기획재정부 무역협정지원단장이, 반대 측에선 송기호 변호사와 이해영 한신대 교수,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이 진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양측은 먼저 한미 FTA 효과를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정태인 원장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미무역수지 적자가 될 수 있다"며 "충분히 검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종훈 본부장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우려 발언이 있었는데, 무역의 상호교역 확대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컨센서스가 있고, 이는 세계 경제의 한 축이 됐다"고 반박했다.

그 산출 방식을 놓고서도 충돌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정부는 한미 FTA로 국내총생산(GDP)이 6%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리가 국제표준모형에 의해 추계한 바로는 10년간 0.08~0.13% 경제성장 효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문연 단장은 "중장기적으로 FTA가 기업 간 경쟁, 자본 축적, 생산성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국내총생산(GDP)이 5.66%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맞섰다.

자동차 부분 수출 증대와 관련해서도 뚜렷한 견해차를 보였다. 이 교수는 "이미 현대차와 기아차는 수출 비율과 현지생산 비율이 거의 같아져 FTA의 혜택을 전혀 못 본다"고 주장했지만, 김 본부장은 "현재 생산업체도 한국에서 부품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 수출이 많이 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리 정부가 한미 FTA로 인해 정책 주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이해영 교수가 "한미 FTA에서 우리의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면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우리 국내법에서 인정하는 공중·보건·환경·안전 등이 다 빠져 있다"고 주장하자, 김종훈 본부장은 "협정문을 읽어보면 여러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밖에 FTA 관세 철폐로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반대 측 주장에, 찬성 측은 경제성장을 통한 소득세와 법인세 증가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끝장 토론은 오는 21일과 22일 다시 맞붙는다. 21일 토론은 이날처럼 오전 8~10시, 오후 12시~2시 등 두 차례로 나뉘어 진행되며, 22일은 오전 10시부터 시간제한 없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