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의 중심 덕유산으로 오르는 길은 전설 속 동화세계로 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 덕유산의 설경은 아름다운 은빛 세상을 연출하고 있었다.

백두대간 덕유산 심설 탐사산행 
그 환상의 深雪 속으로 빠져들다

탐사취재 조경렬 기자

올 12월은 아직 겨울다운 추위가 오지 않은 가운데 강원도를 비롯한 일부 지방에 대설 경보가 내려지고 적설량도 1m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영상의 포근한 날씨에 겨울비가 내렸건만 비가 그친 토요일부터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기온이다. 무박산행에 나서는 산행객은 아마도 산보다 영하 10~15도의 강추위를 먼저 넘어야 할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심설 산행에 나선 길. 특히 덕유산은 무주리조트와 국립공원 인근에서 희희낙락喜喜樂樂을 즐겼을 뿐 향적봉 정상을 올라 본적이 없어 못내 아쉬움이 컸던 터라 마음이 설렜다.

▲ 덕유산 심설 속으로 오르고 있는 산행객들

서울에서 밤 11시 30분쯤 출발한 차가 새벽 4시께 덕유산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이미 눈이 많이 내려 온통 세상을 설원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차 안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눈이 많이 내리고 있어 스패츠를 하지 않고서는 산행에 나설 수 없는 상황. 새벽 4시 30분께 입산하는 것으로 결정돼 구천동계곡을 오르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밤에 강추위가 몰아쳐 눈보라가 내리치고 있었다. 아름다운 설경을 구경한다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생고생을 치러야 그 댓가가 주어지는 것은 세성의 이치다.

구천동계곡은 어둠속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콸콸콸 소리를 내며 계곡물은 쌓인 눈 속을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 눈이 쌓여 랜턴 앞에 하얀 솜이불이 펼쳐진 것 같은 풍경이 마치 선계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온몸에 전율 같은 아득함이 느껴졌다.

▲ 눈꽃 터널 속으로 오르고 있는 탐사객들

추위에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 시냇물 소리와 하얀 눈으로 덮인 숲속 길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주차장에서 약 5.5km를 터벅터벅 걸어 오르니 백련사가 나왔다. 깊은 산 속에 하얀 눈이불을 덮어쓰고 고즈넉히 엎드려 있는 산사. 

이제 여기서 부터 향적봉 까지가 가파른 숲속길이다. 오르막길로 약 3km를 올라야 한다. 눈보라가 꽤 매섭게 맹위를 떨쳤다. 산행대장은 온도계는 영하 5도를 넘나든다고 말했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를 넘을 듯 싶었다.   

팍팍한 다리에 졸음과 싸우며 올라 아침 7시가 가까워지자 먼동이 트고 설경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무도 오르지 않은 신새벽 설경 속으로 탐사객 일행이 오르고 있었다.

숨이 턱 밑까지 차고 다리가 뻐근해 왔다. 배낭이 어느 때보다 무겁고 어깨가 찌뿌둥하게 아팠다. 날씨가 추워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스키용 두꺼운 장갑으로 중무장했는데도 손이 너무 시렸다. 장갑을 벗으면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온몸이 부들부들 저려왔다. 추위와 졸음과 싸우며 걷고 걸어 드디어 향적봉에 이르니 눈꽃 터널에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마치 신선들이 산다는 仙界가 바로 여기인가 하는 감탄에 말을 잇지 못했다. 탐사객은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 새벽 4시가 지나 입산통제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내리고 있는 눈발이 그칠 줄 모르고 있었다. 이때 바로 호남지방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 덕유산 정상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 온통 설경으로 환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 아름다운 설경을 다 보지 못하는 아쉬운 소식이 전해졌다. 여기에도 탐사 금지 구간에 대한 안내가 대피소 방송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눈보라와 추운 날씨로 모든 코스를 탐사하지 못하고 향적봉 정상에서 눈 덮인 덕유산의 선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남덕유에서 향적봉까지 30Km에 이르는 대간길
 
덕유산은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있다.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해발 1,300ｍ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을 향해 장장 30여㎞에 뻗어있다. 북덕유에서 무룡산(1,491)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1,507m)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20㎞를 넘는 웅장한 산이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계류는 북쪽의 무주로 흘러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에 유입된다. 설천까지의 28㎞ 계곡이 바로 그 유명한 '무주구천동'이다. 구천동계곡은 폭포, 담, 소, 기암절벽, 여울 등이 곳곳에 숨어 "구천동 33경"을 이룬다.

청량하기 그지없는 계곡과 장쾌한 능선, 전형적인 육산의 아름다움, 그리고 넓은 산자락과 만만치 않은 높이를 갖고 있어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산 정상에는 주목과 철쭉, 원추리 군락지가 있어 봄, 가을 산행에 운치를 더한다．

특히 겨울 심설 산행은 고사한 주목군락과 어우러진 상고대는 환상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드넓은 능선위로 펼쳐지는 장쾌한 눈밭과 상고대. 탐사 객은 그래서 겨울산행에 더 매력을 느끼는가 보다. 덕유산은 철쭉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능선 일대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봄철 덕유산은 철쭉 꽃밭에서 해가 떠 철쭉 꽃밭에서 해가 진다"는 말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 향적봉에 다다른 탐방객들

산 전체가 철쭉 밭이라 할 만큼 군락이 넓게 퍼져 있다. 북덕유정상 향적봉에서 남덕유 육십령까지 20㎞가 넘는 등산로에 철쭉군락이 이어진다.

가장 화려한 곳은 덕유평전. 평평한 능선에 철쭉 밭이 화원을 이루며 그 장관을 연출한다. 보통 6월 25일 전후해 절정을 이룬다.

덕유산은 무주구천동을 끼고 있어 여름철에 각광받는 곳이지만 가을단풍으로도 유명하다. 매우 다양하고 아름다운 단풍 풍광을 자아내는데 산속으로 안길수록 더욱 깊고 그윽한 맛을 풍긴다. 대표적인 코스는 구천동 33경을 보면서 북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을 오르는 코스. 하지만 이 코스는 단풍 절정기에 너무 많은 인파로 붐비는 게 흠이다．

▲ 향적봉 정상 부근에서 내려다본 설경

겨울산행의 진수를 만끽 할 수 있는 남덕유

조용하고 깊이 있게 단풍을 즐기려면 덕유산 제2의 고봉인 남덕유산이 좋다. 남덕유산 정상에 오르면 푸른빛의 구상나무와 어우러진 단풍이 한껏 멋을 풍긴다.

삿갓재에서 왼쪽 골짜기로 내려서면 원통골. 원시림지대여서 단풍이 더욱 찬란하다.

하류 쪽에 조성된 잣나무 단지의 푸른빛과 참나무들의 갖가지 단풍 빛이 썩 잘 어울린다. 겨울의 덕유산은 마치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연상케 한다. 첩첩산중으로 장쾌하게 이어진 크고 작은 연봉들이 눈가루를 흩날리며 선경을 연출한다.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있으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많은 눈 때문에 겨울산행 코스로 최고의 인기를 모으는 곳이다. 구천동계곡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다른 계절에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눈 쌓인 능선 길을 올라 정상인 향적봉에 닿으면 눈옷을 입고 있는 철쭉군락과 주목, 구상나무숲이 보여주는 설화가 감탄을 자아낸다. 향적봉~중봉 구간에 있는 구상나무군락의 설화는 화선지 위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 덕유산은 온통 눈세상이었다.

<산행 길잡이>

덕유산 산행은 전북 무주 구천동계곡을 기점으로 했을 때 크게 구천동계곡코스와 칠봉코스 그리고 오수자굴코스 등이 있다．

이중 구천동계곡코스가 가족단위 등반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계곡과 철쭉 군락이 어우러진 수려한 절경을 연출하는 구천동 33경이 있기 때문이다.

삼공리 주차장에서 매표소를 지나 월하탄을 시작으로 구천동계곡의 33경을 보면서 백련사에 이른다. 백련사에서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까지는 3㎞. 가파른 길을 1시간 30분 정도 오르면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이다. 중봉으로 발길을 돌리면 십 수만 평방미터의 철쭉군락이 펼쳐진 덕유평전에 이른다．

최근엔 무주리조트의 곤돌라를 이용 설천봉 전망대에 이르러 20여분 정도면 향적봉 정상에 이를 수 있다．능선 양쪽으로 장쾌한 전망이 펼쳐지며 철쭉군란이 장관을 이룬다. 덕유산은 인기 명산100대 산 중에서 4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탐사객들이 찾는 산이다.

▲ 구천동 계곡의 끝 향적봉으로 오르는 초입에 유서 깊은 산사 백련사가 눈속에 묻혀 있다.

국립공원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있으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많은 눈 때문에 중부 이남의 겨울 눈 산행으로 소백산과 쌍벽을 이룬다.

남덕유에서 덕유산 향정봉까지 이어지는 키가 큰 나무가 거의 없는 장쾌한 설원 능선은 눈과 설화, 상고대가 어우러진 겨울 종주산행의 백미이다. 1~2월의 눈 산행과 10월의 단풍산행, 7월의 구천동 계곡산행, 6월의 철쭉산행 순으로 인기가 있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 전망대에 내리면 향적봉 정상까지 20 여분이면 오를 수 있어 겨울 설화산행 나들이 코스로 최근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향적봉에서 남덕유까지 17km의 장대한 산줄기를 이루고 있으며, 금강과 낙동강의 수원(水源)이고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덕유산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30여km의 무주구천동계곡茂朱九千洞溪谷과 자연휴양림, 신라 흥덕왕5년(830년) 무염국사가 창건한 백련사白蓮社 등이 유명하다.

<산행 코스>

[구천동 산행기점]

삼공리-백련사-향적봉-오수자굴 코스(5시간) 
삼공리버스정류장-(1시간30분)- 백련사 -(능선,1시간30분)- 향적봉 -(20분)- 중봉-(50분)- 오수자굴 -(50분)- 백련사-삼공리

[송계사 산행기점]

송계사- 귀봉- 백암봉- 중봉- 향적봉 코스
송계사버스종점 -(30분)- 귀봉-(20분)- 백암봉-(45분)- 중봉-(20분)-향적봉

[안성지구 산행기점]

안성탐방지원센터-동엽령-중봉-향적봉 코스
안성탐방지원세터-송계삼거리-중봉-향적봉-백련사 또는 무주리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