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희호 여사·현정은 회장 조문 허용
DJ·정몽헌 조문 답례 차원…민간차원 조문 허용

정부가 17일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조의 표명 문제에 대한 입장을 20일 결론지었다. 조의는 표명하되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보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민간 차원의 조문은 허용해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의 조문 방북을 승인키로 했다.

정부가 조문에 대해 이처럼 신속하게 입장을 정리한 것은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의 사망 때 조문 문제를 놓고 겪은 내부 갈등이 재연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가 공식 조문단은 파견하지 않기만 정부 차원에서 일찍 조의를 표명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 갈등 요소를 차단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일부 민간 조문사절단의 방북도 허용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대해서는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로 방북 조문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북측에서 조문단을 보내온 경우에 한해 답방만 허락하겠다고 조건을 붙인 것이다.

그동안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조의 또는 조문단 파견을 요구해왔다. 민주통합당 주요 인사들은 조문단 파견을 촉구했으며 노무현재단도 정부에 요청해 별도의 '조의 전문'을 보내기로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6ㆍ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공동으로 20일 6ㆍ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로동자분과위원회와 조선직업총동맹 앞으로 조전을 보내 김 위원장의 사망을 애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당인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 협의를 거듭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원희룡 의원을 비롯한 일부 쇄신파 의원은 "낮은 수준의 조의를 표명하자"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9일 언론에 취재에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이 이제 1년 여 지났고, 아직 가슴 아픈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지금 조의를 논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 같은 박 위원장의 견해에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선진당과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들은 조문에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여기에는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을 비롯해 김 위원장의 통치 기간에 저질러진 각종 테러와 도발 등에 대한 반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