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결승골' 월드컵 최종예선행
쿠웨이트 2-0승, 중동 모래바람 잠재워 

불운의 스타 이동국(33, 전북 현대)이 한국을 월드컵 최종예선에 안착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9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쿠웨이트와 최종전에서 이동국과 이근호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압승했다.

최종예선에 10개국의 조추첨은 오는 3월 9일 말레시이사의 쿠알라룸프에서 열리고 시드 배정은 전날 발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3월 랭킹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최상위 2개국이 1번 시드를 받아 각각 다른 조에 배치된다.

추운 날씨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던 쿠웨이트는 예상과 달리 좋은 경기력으로 초반부터 한국을 압박했다. 한 달 여간의 장기 합숙과 중국에서의 시차 적응 탓인지 쿠웨이트는 원정 경기임에도 밀리는 기색없이 한국을 당황케 했다.

쿠웨이트는 전반 8분 왈리에드의 기습 중거리 슈팅으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다행히 골키퍼 정성룡이 막아냈지만 간담이 철렁하는 순간이었다. 한국도 전반 11분 한상운이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 문전으로 쇄도하며 공격의 포문을 열어가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한국의 수비 라인이 전체적으로 내려간 탓에 미드필더와 간격이 벌어져 제대로 된 압박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를 이용한 쿠웨이트는 측면에서 개인기와 빠른 발로 침투하며, 한국의 골문을 지속적으로 노렸다. 한국은 전반 내내 쿠웨이트의 경기 주도에 밀리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 교체멤버로 전술 변화 주효

그러나 한국은 후반 들어서도 경기에서 주도하지 못하자 후반 7분 김두현을 빼고 기성용을 투입하며 중원에서의 변화를 꾀했다. 전반 내내 중원에서의 세밀한 플레이가 부족했다는 것을 느낀 최강희 감독이 내린 판단이었다.

기성용의 투입 이후 한국은 조금씩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고, 최강희 감독은 후반 20분 한상운 대신 김신욱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무승부를 기록해도 최종예선에 진출하지만 꼭 승리를 하겠다는 공격전술의 표출이었다.

최강희 감독의 전술은 주효했다. 후반 21분 박스 안에서 이동국이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하는 이근호에게 공을 내줬고, 이를 다시 이근호가 문전으로 연결해 이동국에게 골찬스를 만들었다. 이를 받은 이동국은 바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쿠웨이트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이동국의 골로 완벽하게 경기 주도권을 잡게 됐다. 패배할 경우 최종예선 진출의 희망도 생각할 수 없는 쿠웨이트가 수비 라인을 밀어올리며 공격 축구로 나왔다. 한국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좌우 측면을 흔들며 추가골을 노렸다.

그 결과 한국은 후반 26분 한 골을 추가하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동국의 패스를 받은 이근호가 최효진과 2대1 플레이를 펼쳐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골로 연결했다.

2골 차로 리드한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수비를 강화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어도 됐지만 후반 34분 김상식 대신 김재성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전술을 끝까지 유지했다. 분위기를 완벽히 빼앗긴 쿠웨이트는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한채 결국 0-2로 패하며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