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고 검찰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지난해 3월 21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지 358일 만이다.이 전 대통령 이날 오전 9시15분 논현동 자택을 출발해 9시23분경에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셨다. 민생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저와 관련한 일로 국민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다.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께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 드린다.”라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할 말도 많지 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다만 바라 건데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국민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을 드린다.”라고 소외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검찰의 전직 대통령 조사 관례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실무를 지휘하는 한동훈(45·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만나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작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쳐 간 1001호 특별조사실로 이동해 송경호(48·29기) 특수2부장과 신봉수(48·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의 조사를 받게 된다. 이복현(46·32기) 특수2부 부부장검사도 조사에 참여한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판사 출신으로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64·14기)와 박명환 변호사(48·32기), 피영현 변호사(48·33기), 김병철 변호사(43·39기) 등이 변호인으로서 함께 한다. 당초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역임한 정동기 변호사(65·8기)도 거론됐지만 2007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근무할 때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된 BBK 주가조작 사건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점에서 자격 논란이 불거지며 무산됐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의혹과 관련해 20여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법조계는 혐의가 무겁고 이미 다수의 공범이 구속된데다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