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3일 오전 청와대 앞 도로 및 보도를 불법점유한 시위 천막에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설치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의 단체들의 농성 천막이 강제 철거됐다. 지난해 10월 농성을 시작한 지 134일 만이다.

서울 종로구청은 13일 오전 7시25분쯤 구청과 용역업체 직원을 투입해 행정대집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구청은 한기총뿐 아니라 청와대 사랑채 주변에서 장기간 농성을 이어온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9개 단체 13개 천막 및 의자·매트 등 집회물품도 철거했다.

이날 행정대집행에는 구청과 소방 등에서 나온 1632명의 인력과 15대의 차량이 동원됐고, 돌발 상황에 대비한 경찰 인력 1000여명도 배치됐다. 철거 대상이 된 단체 회원들과 집행인력 사이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철거에 반발하는 한기총 회원들의 고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합법적인 집회·시위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불법으로 보도를 점유하는 집회 천막 및 물품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시민 불편 해소와 질서 확립을 위해 적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서는 청소차량 3대분의 쓰레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번 집행에 든 약 1억원의 비용을 각 집회 주체에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한기총은 지난해 10월 3일부터 청와대 앞 농성을 시작했다. 단체는 집회 현장을 ‘광야교회’라 이름 붙인 뒤 확성기 등을 이용해 매일 찬송가와 기도를 했다. 이에 인근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며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이곳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의 서울맹학교의 학부모들은 소리에 의존해 수업을 받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특성상 수업에 차질이 빚어진다며 집회 금지를 경찰에 요청한 바 있다.

한편 경찰은 청와대 주변의 농성을 전면 금지하려고 했지만 법원이 지난해 1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집회는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이들 단체의 집회는 계속돼왔다. 다만, 이곳에 설치된 천막 등은 허가받지 않은 불법 적재물이기 때문에 종로구청이 이들 천막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5차례 보낸 바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행정대집행에 소요된 비용 약 1억원을 집회 주체에 청구할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집회가 이어지는 데 대한 이 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있었다"며 "코로나 19 때문에 각 단체에 자제해 줄 것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부득이하게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