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과징금 맞은 GS칼텍스 벌금면제 유력
'리니언시' 두고 또 논란 증폭 

"가장 큰 과징금을 맞은 업체가 또다시 면제를 받다니…."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4개 정유사의 원적관리 담합건을 발표하자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리니언시는 담합 조사과정에서 1~2순위 자진신고자에게 각각 과징금의 100%, 50%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업계는 이번 담합건으로 1772억원의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GS칼텍스가 리니언시를 적용받아 벌금을 면제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담합의 주범이 공정위의 눈치를 보다 한발 먼저 담합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면제 받게 되는 것은 합법적으로 담합을 하게 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몇개 되지 않은 정유사가 담합을 하고 나서 자진신고를 하면 과징금을 2개사 이상에 면책을 주는 제도는 제도적 형평성에 지나치게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실제 2009년 12월 액화천연가스(LPG) 담합에서도 SK가스(1987억원)와 SK에너지(1602억원)는 각각 1위, 3위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리니언시를 통해 각각 50%, 100%를 면제받았다.

검찰고발도 자진신고를 한 업체는 제외된다. 공정위는 일단 검찰고발 대상에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GS칼텍스를 포함시켰지만 추후 GS칼텍스의 면제는 확실해 보인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운영 고시에 따르면 자진신고를 확인받은 사업자는 검찰고발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LPG 담합 때도 SK가스와 E1이 검찰고발 명단에 올랐지만 결국 리니언시를 받지 못한 E1만 고발조치됐다. GS칼텍스가 고발명단에 오른 것도 리니언시 업체를 공표할 수 없는 공정위가 발표 시에 이름을 넣어 당장 업계 반발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업계가 GS칼텍스를 리니언시 신고자로 지목하는 이유는 LPG 담합건으로 GS칼텍스가 558억원의 과징금을 맞은 전력 때문이다. SK에너지가 먼저 자진신고를 할 경우 앉아서 또 당하느니 서둘러 신고해 과징금 면제를 선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담합 단골업체인 정유사들이 앞으로 돌아가면서 리니언시를 시도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치밀해지고 있는 담합을 잡아내는 데 리니언시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1999년부터 2010년까지 과징금을 매긴 담합은 220건으로 이 중 리니언시는 71건(32%)에 적용됐다.

이날 전모가 밝혀진 정유사 원적관리 담합도 수법이 워낙 많고 정교해 리니언시 없이 공정위만의 힘으로는 조사 후 1년 만에 빛을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유사들이 담합을 위해 사용한 수법은 정유사 변경 시 거래 거절, 주유소 협의 교환, 무폴주유소 등에 대한 기득권 인정 등 세 가지다.